2008/02/11 21:31

지키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오늘 새벽 1시 남대문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국보, 그 중에서도 국보 1호,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에도 멀쩡했던 600년된 숭례문이 전소됐다. 전소(全燒). 완전할 전 자에 불사를 소. 완전히 타서 없어졌댄다.

그런데 급한대로 쳐놓은 저 안전망 사이로 보이는 시꺼멓게 타버린 잿더미가 낯설지가 않다. 2005년 낙산사 화제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가 그렇고, 멀게는 1995년에 주저앉은 삼풍 백화점이 떠오른다. 그 사건들로 얻었을 그 무언가는 이번에도 허공에서 맴돌다 사라져 버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이제 닳고 닳은지 오래다.

우리를 포함해서 이번 사건의 책임을 져야 할 그들도 분명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보안·경비 철저히 하고, 목조건물이니까 불이 났을 때의 효율적인 대처 방법이라든가. 적어도 매뉴얼 정도는 머릿속에 있기는 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안했다. 안하면 어떻게 될 지 뻔히 알고 있었을 텐데도 안했다. 물론 확률상 일어나기 힘든 일이겠지. 하지만 서울시와 KT 텔레캅, 문화재청과 소방당국의 삽질과 떠넘기기는 그 적은 확률을 현실로 만들어버렸다. 삽질과 떠넘기기가 쌓일 때마다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가. 이제는 멀쩡하던 국보까지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일어나서는 안될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에 어느샌가 익숙해져 버린 대한민국이다. 벌써부터 정부와 관계자들과 언론들이 앞으로 펼쳐놓을 뭔가 있어보이지만 결국에는 쓸데없는 이야기 보따리들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리고 누가 잘했네 못했네 하다가 몇개월 뒤에는 흐지부지 사라질 것이다.

우리도 좀 바뀌어야 한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각주:1]같은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이제 남은 것만이라도 좀 제대로 지키자.

  1. <a href="http://www.cbs.co.kr/Nocut/Show.asp?IDX=744787">한나라당, '숭례문 화재는 노 대통령 때문' 비난</a>-노컷뉴스<br /><a href="http://gonews.freechal.com/common/result.asp?sFrstCode=012&sScndCode=001&sThrdCode=000&sCode=20080211172359083">한 “숭례문 화재, 盧 정부가 몰고 온 비극"</a>-고뉴스<br /><a href="http://www.newshankuk.com/news/news_view.asp?articleno=a2008021113400879918">“숭례문 화재는 노무현 정권 탓”</a>-뉴스한국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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