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보았습니다. 근데 명색이 만화도시 부천인데 어째 부천역 근처의 영화관에서 여우비를 상영하는 곳이 하나도 없더군요. 집에서 먼 CGV부천8 까지 가야하는 불편을 겪였습니다. 초반 1~2분 정도를 놓쳤습니다만 감상에는 그렇게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글을 써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망했습니다. 정말 주변에 “여우비봤다”고 하기 창피할 정도로 말입니다.
먼저 영상. 배경과 3D 효과는 나무랄 데 없습니다. 높은 수준이에요. 원더풀 데이즈 때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3D배경은 딴지를 걸 구석이 없습니다. 그런데. 2D 동화와 캐릭터 작화는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왠만한 일본 TV 애니메이션보다 못합니다. 캐릭터의 움직임에 너무 신경을 쓴건지 몰라도 계속 나오는 작화 붕괴는 너무 끔찍했고 캐릭터 디자인은 개봉 전부터 우려했던 건데 그렇게 어설픈 그림체로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일본망가 풍으로 가는 것이 나았을 것 같았습니다. 여우비를 빼고는 너무 캐릭터가 밍숭맹숭하게 생긴 것도 그렇고. 2D와 캐릭터성은 「아치와 씨팍」보다 못합니다. TV아니메「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이상을 기대하는 건 정녕 무리입니까?
성우. 개봉 전부터 2호선에 설치된 광고영상(이름을 모릅니다. 주황색인데...)으로 계속해서 손예진씨 목소리를 들어왔기 때문에 세뇌를 당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여우비가 어른으로 변신했을 때 목소리는 끄악 스러웠습니다. 예전 어떤 영화 기사에 “(그 부분은)요염하게 잘 했다”고 했는데, 정말로,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기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정말.
스토리는 가장 욕먹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아이들이 집중을 못하고 상영기간내내 떠들기만 했 습니다. 이번에는 대놓고 어린이를 타겟층으로 한 것 같았건만... 뜬금없는 사냥꾼 할아버지와 그림자 탐정 이야기는 여우비의 시나리오를 3류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너무 어설프고 생뚱맞아서 주변의 아이들도 웅성거릴 정도였습니다. “모래시계”시퀸스에서는 그냥 뮤지컬처럼 치고 나가야 하지 않았나 싶었고, 황금이가 재밌다고 하며 춤추고 노래했던 “이집트 여행”시퀸스는 쪽팔려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캐릭터 면에서는 둘리보다 못하고 아치와 씨팍보다 못합니다. 차라리 개성넘치는 녀석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왁자지껄하는 것이 그나마 나았습니다. 여우비 빼고는 얼굴과 행동에서 평범의 극치를 달립니다. 황금이는 이름(황금빛 가을 들판에서 처음 만난 아이)만 특이하지 썰렁의 극치. 빨리 코미디언의 꿈을 빨리 접길 바랍니다.
음악은 괜찮았던 것 같은데 위의 것들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별다른 기억은 안납니다.
1996년 개봉했던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을 기억하십니까? 11년 뒤 2007년의 「천년여우 여우비」는 둘리를 능가하지 못합니다. (배경·음악빼고)작화나 스토리나. 둘리가 43만명을 동원했다면서 여우비는 100만명을 동원하자 이런 캠페인도 있는 것 같은데, 너무 꿈이 큽니다. 40만은 커녕 10만을 넘을 수는 있을까요. 정부에서 9억 넘게 지원도 받았잖아요. 제발 제대로 만들어주세요.